전자산업직업병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반도체 아이들의 가려진 아픔] 어려운 싸움을 시작한 아버지 지후가 아버지 손을 잡고 엄마 곁으로 더디게 걸어왔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아이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눈꺼풀이 오르내릴 때마다 검고 흰 눈동자가 보이는 오른쪽과 달리 지후의 왼쪽 눈은 살구 빛이었다. 눈꺼풀이 눈동자를 덮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오른쪽 귀 뒤쪽 검은색 물체에도 자꾸 눈이 갔다. 아이가 곁으로 왔을 때, 안 보는 척 슬쩍 검은색의 정체를 살폈다. 청각을 돕는 기계장치 ‘인공와우‘였다. 지후는 방금 자기 부르는 엄마 목소리를 이 기계의 도움으로 오른쪽 귀로만 들었다. 지후 왼쪽 귀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지후는 오른쪽 눈으로만 세상을 본다. 왼쪽 눈꺼풀은 외부에 반응하지 않고 늘 처져 있다. 손으로 눈꺼풀을 열어도 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시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놀이터에 가면 아..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