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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화학물질 기사

여전히 1급 발암물질이 떠다니는 울산의 하늘

태화강이 생태의 강이 됐고 울산의 공기가 상당히 맑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들의 숨쉬기가 불안하다. 얼마전까지 울산시민들이 마시는 공기 중에 이산화황 농도가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고 여천 등 석유화학공단 인근지역은 발암물질이 공기 중에 섞여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무엇보다 울산의 일부지역에서는 저기압이 머물거나 장마철 등에는 매캐한 악취나 구역질나는 냄새로 민원이 빗발치기도 한 상황이다. 이산화황의 농도가 다른지역보다 더 높은 사실은 지난 15년간의 울산지역 대기질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구한 결과 자료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산화황 농도 높은 울산의 대기질

 충남대와 연세대 연구진이 에어코리아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국가 대기 오염측정망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드러난 이같은 사실은 울산이 여전히 대기공해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 준다. 몇해 전에는 울산 국가 산업단지 주변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타 산단 지역보다 뚜렷이 높게 나타난 것과 관련해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진다는 소식도 있었다. 울산의 암 발생률이 높은 주원인으로 석유화학기업들에서 다량 배출되는 ‘벤젠’이 지목돼 왔었는데, 정확한 수치는 제대로 발표되지 않았다.

 최근 울산 산업단지와 인근 지역 대기 중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농도분포를 확인한 결과, 공업지역인 남구 여천동의 5월부터 10월까지 Benzen(벤젠) 평균 농도가 2.0ppb로 대기환경기준치(약 1.5 ppb)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젠은 세계보건기구에서 규정한 1급 발암성 물질이다. 이같은 조사는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 유봉관 연구사가 밝혀낸 자료다. 유 연구사는 지난해 12월 케이시아이(KCI) 등재학술지인 대한환경공학회지(Journal of Korean Society of Environmental Engineers, 44권 11호)에 실린 ‘선택적다중이온질량분석기(SIFT-MS)를 이용한 울산지역 대기 중 휘발성유기화합물질 농도분포 특성’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사는 공단지역은 남구 여천동, 도심은 남구 야음동(울산세관), 비도심은 울주군 언양 삼남면(울주군보건소)에서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한차례씩 지점, 계절, 시간별로 조사해 결론을 도출했다. 논문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에서 1급 발암성 물질로 지정돼있는 벤젠 울산지역 평균 농도는 1.2ppb로 대기환경기준치(약 1.5ppb) 이하였다. 하지만 여천동 지점의 벤젠 평균농도는 대기환경기준치에 근접한 1.5 ppb였다.

 

1급 발암물질 벤젠 노출 위험성 고조

 벤젠의 농도는 산단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월평균 기온이 15℃ 이상인 5월에서 10월까지의 울산지역 벤젠 평균농도는 1.43ppb로 대기환경기준치에 근접한 반면 여천동 지점 벤젠 농도는 2.0 ppb로 대기환경기준치를 초과한 것이 문제다. 대규모 사업장뿐만 아니라 소규모 사업장의 VOCs 배출원에 대한 시설관리 방안이 강구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급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richloroethylene)의 경우도 공업지역(2.79ppb)이 주거지역(0.81ppb)과 비도심지역(0.68ppb)보다는 약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핵심은 여천동 일대의 대기질이다. 이 곳은 석유화학공단 인근이기도 하지만 울산의 2세들이 자주 찾는 시립도서관이 위치한 곳이다. 바로 이 일대에 유해물질의 야간의 평균농도가 주간의 평균농도보다 약 2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심각하다. 특히 메탄올(Methanol)아스테산(Acetic acid) 물질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주의할 부분이다.

야간 배출 등 근절책 특별관리 나서야

 이번 조사를 발표한 유봉관 연구사는 울산의 발암물질이 여천동지역에 집중된 것을 두고 관리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야간에 배출업소에 대한 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해 보이며 이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문제는 벤젠 등 석유화학업체들로부터 배출된 공해물질이 울산지역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역이 울산시민들이 책읽기를 위해 찾아가는 시립도서관 인근이라는 점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대책이 시급하다는 점은 시립도서관 착공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였지만 울산시는 별다른 대책없이 10여년을 보내고 있다.

 공단지역의 유해물질 노출이 울산시민들의 암 발생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관련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핵심은 단속기관인 울산시에 있다. 울산시는 관련 장비를 더욱 보강하고 대기오염 유해물질 측정망을 지금보다 촘촘하게 설치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 시민건강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울산의 하늘에 벤젠 농도가 위험수위로 나타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길 기대한다.

출처 - https://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6648